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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대신 내주는 서비스, '종신 고용' 일본에 등장
離職 선호하는 트렌드에 구인난 겪는 好況도 영향


김수혜 사회정책부 차장

최근 반년간 도쿄에 '퇴직 대행 회사' 10여곳이 우후죽순 생겼다. 문자 그대로 고객 대신 사표 내주는 서비스다. 작년 7월 '익시트(Exit·비상구)'라는 회사가 히트 친 게 시작이었다.

고객이 "회사 관두고 싶다"고 하면, 익시트 직원이 고객 대신 고객 상사에게 전화 걸어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내일부터 안 나올 테니 찾지 말아주세요" 한다. 사표 작성, 개인 물건 수거, 고용보험 처리도 대신해 준다. 오래 기다릴 필요 없다. 오늘 의뢰하면 내일 해준다.

요금이 싸지 않다. 정규직은 5만엔, 파트타임·아르바이트생은 3만엔이다. 그런데도 매달 300명씩 고객이 몰린다. 창업자 니노 도시유키(新野俊幸·30) 대표는 일본 최대 IT 회사 소프트뱅크에 다니다 뛰쳐나와 지금 회사를 차렸다. 니노 대표에게 일본판 카카오톡 '라인'으로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첫 직장, 두 번째 직장 관둘 때 정신적 고통이 심해, 세 번째 직장인 소프트뱅크 다니면서 지금 사업을 구상했다"고 했다. 적중했다.

익시트가 뜨자 경쟁사가 속속 등장했다. 요즘 일본 소셜미디어에는 "퇴직 대행 이용 후기 찾습니다" "'사라바'(サラバ·작별)와 '야메룬데스'(�めるんです·관두겠습니다) 중에 어디가 나은가요?" 같은 글이 넘친다. 둘 다 회사 이름이고, 누적 고객이 각각 2000명쯤 된다.

퇴직 대행 서비스는 일본에 대해 두 가지를 알려준다. 우선 '일본인이 어떻게 달라졌나'다. 니노 대표가 "지금 젊은 세대는 '싫은 회사에 머무를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게 위 세대와 가장 다르다"고 했다. 위 세대는 엉덩이 힘으로 인생을 견뎠다. 상사가 괴롭혀도 업무가 버거워도, '고작 그런 이유로' 그만두는 쪽이 못났다고 생각했다.

지금 20대는 그런 풍토를 질색한다. 거품 경제 말기 일본은 근로자 열에 여덟(80%·1990년)이 종신 고용을 전제로 한 정규직이었다. 지금은 비정규직 비율(38%·2018년)이 우리(33%)보다 더 높다. 20대에게 이제 회사는 평생 따를 '주군'이 아니라 목적지에 맞춰 탔다 내렸다 하는 '버스'에 가깝다. 자기는 내리고 싶은데 상사가 "인내심이 부족하다" "남은 동료에게 폐가 된다"고 꾸짖으면 그 말에 수긍하는 게 아니라 '누가 나 대신 사표 좀 내줬으면' 하고 퇴직 대행사를 검색한다. "다른 데 가기로 했는데 지금 회사에서 안 놔준다"는 영업직(26), "지인이 소개해준 자리라 입이 안 떨어진다"는 간호사(28), "신사(神社) 주지가 맨날 버럭 한다"는 무녀(20) 등이 익시트를 이용했다.

더 중요한 건 '일본이 어떻게 달라졌나'다. 장기 불황은 갔다. 경기는 좋은데 인구는 줄어 일손이 달린다. 상사가 부하를 붙들어 앉히려고 호통치고 읍소하며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게 그래서다. 대학생들이 재학 중에 여러 군데 붙어놓고 제일 좋은 데 골라 가니까, 사람 놓칠까 봐 몸이 단 인사 담당자들이 "확실히 올 거냐" "딴 데 가면 안 된다"고 닦달하는 게 사회문제다.

퇴직 대행업은 그런 맥락에서 태어났다. 사라바 직원 오카모토 다이키(岡本大輝·28)씨가 "기업이 근로자에 대해 '회사가 당신을 고용해준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당신이 여기서 일해준다'고 생각해야 맞는다"고 했다. '종신 고용'의 본고향이 이렇게 달라졌다. 그만두는 순간 갈 데 없는 한국인에겐 괴로울 만큼 부러운 풍경이다.

다만 일본도 위 세대는 이런 심리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니노 대표도 지금 회사 차릴 때 부모에게 소프트뱅크 뛰쳐나왔단 말을 못 했다. 부모는 아들이 NHK에 난 뒤 알았다. "그래도 NHK라 그런지, 화는 안 내셨어요."

[김수혜 사회정책부 차장 goodl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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